
한줄평
여자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책 정보
이디스 워튼 저/ 김욱동 역/ 민음사/ 2020년
한 여자가 있다. 같은 곳 살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여자에게 어떤 존재일까?
여자 주인공 ‘채리티’는 산 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태어나 후견인인 ‘로열’의 집에서 자랐다. 채리티는 로열에게 양가적 감정을 느낀다. 자신에게 은혜를 베푸는 고마운 마음과 부적절한 행동을 저지른 짐승 같은 남자로 증오심을 가지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대조적인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서사를 진행해나간다.
로열과 대비되는 하니의 등장도 마찬가지이다. 젊고 멋진 ‘하니’는 채리티에게 갑작스럽게 등장한다. 하니는 로열과 대조적으로 표현되며, 채리티의 마음 속에는 하니에 대한 사랑이 커질수록 로열에 대한 미움이 불어난다. 하니와의 사랑이 정점에 달할 때에는 채리티는 로열이 살고 있는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대조를 통한 활용은 책 제목인 ‘여름’과 잘 어울린다. 한 낮에 내리쬐는 무더운 햇살을 피해 그늘 속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으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이것은 마치 소설 속 대조를 이루는 모양새와 비슷하다. 여름날의 싱그럽고 생동감이 넘치는 배경에 대한 묘사는 소설이 눈 앞에 그려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생동감있는 여름이 지나면 추운 겨울이 오듯 소설 속에서도 겨울은 주인공에게 혹독하다.
하니와 채리티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 채리티는 차가운 현실의 앞에 타협을 선택하며 소설이 끝이 난다.
소설 속 채리티의 삶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하니와의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이유, 채리티가 태어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 채리티와 로열의 결혼은 곰곰이 생각해봐도 좋다.
채리티와 하니는 진심으로 서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하니는 현실주의자였고, 채리티는 이상주의자였다. 엘리트 출신인 하니는 산에서 태어난 채리티와 결혼은 무리라는 현실의 벽에 순응했다. 하지만, 채리티는 하니가 약혼자가 있더라도 약혼녀를 정리하고 자신에게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주변에서 종종 듣는 말처럼 ‘결혼은 현실’이었다.
채리티를 떠난 하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채리티는 떠나간 하니가 마음의 짐을 가지지 않도록 로열씨와 결혼한다는 짧은 편지를 부쳤다.
채리티 어머니의 죽음으로 마주한 산 사람들의 삶은 비루했다. 최소한의 의식주만으로 연명하고 있으며, 죽은 사람에 대한 마음마저도 최소한으로 쓸 수 밖에 없는 곳이였다. 채리티는 산에 오기 전만 해도 산에서 살아가리라고 다짐했지만, 겨울의 산은 채리티의 몸과 마음을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로열과 채리티의 결혼은 타협이였다. 하지만, 이 타협을 이상주의자로써 채리티의 좌절로만 보면 안된다. 만약 채리티가 하니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채리티의 선택은 달랐을 수 도 있다. 채리티는 엄마가 되는 순간 주변의 시선과 자신의 체면은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한 예로 뱃속의 아이를 위해 산 사람들이 아침에 먹을 빵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현실 속에서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소설 속에서 채리티는 한 여자로써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 채리티는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랑도 하고 그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에 반항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위해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한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여성상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결국 이디스 워튼의 여름은 여자의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것을 드러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