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한줄평
방황하는 청소년, 이해 안되는 어른

책 정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저/공경희 역, 민음사, 2023년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 읽고 난 뒤 드는 생각은 이 작품이 왜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소설인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근래에 비슷한 느낌을 받은적이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본 뒤였다.
  

[박찬욱, 헤어질 결심, 2022년]

 영화는 상상과 현실을 교차편집 하여 보여주니 맥락을 잡기가 어려웠고, 영화 속 많은 상징들을 깨닫지 못한채 궁금증만 남기는 영화였다. 영화를 본 후 3류 B급 영화라고 폄하하기엔 감독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쓴 노력이 느껴졌다. 그런 이유로 영화를 본 이후에서 계속 곱씹으며 생각하게 되고 와이프와 영화에서 보여 주고자한 상징의 의미를 이야기하면서 나름의 해석을 내린 기억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도 비슷하다. 고등학교에서 퇴학 명령을 받은 학생이 학교를 떠났지만, 집에는 들어가기 싫은 마음에 뉴욕에서 방황하며 겪은 3일간의 이야기이다. 뉴욕에 도착해서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클럽 같은 곳에 가서 술을 찾기도 하고, 옛날 친했던 이성친구에게 되도 않는 작업을 걸어보고, 호텔 엘레베이터 보이의 19금 제안에 솔깃하여 직업여성을 잠깐 만나 대화를 시도하였다. 3일동안 겪은 일들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 주위의 모든 것을 무채색으로 물들인다. 결국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동생 피비와 만나고, 주인공이 서부로 갈 것이라고 하자 동생이 따라 간다고 같이 나선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동생을 서부로 데려가서 고생 시킬 수 없는 노릇이라 홀든은 마음을 접고 지금 동생과 같이 있는 현실에 더욱 행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로써 긴 일탈은 끝을 맺는다. 

청소년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산 세월이 길어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이 되기 보다는 일그러진 청소년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 작품이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학교라는 제도에 대한 반감과 사회에서 청소년으로써 가지는 제약들은 학생들에게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학교에 근무 하면서 학생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이거 왜 해야해요?”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규칙과 제도를 왜 지켜야 하는지부터 의심을 한다.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을 해도 학생은 학교에 있는 모든 규칙들이 자신들을 얽매는 존재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은 자신을 대변하여 이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영웅 같은 존재로 느껴 졌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홀든의 일탈은 상류층의 자제라서 가능한 부분이라 서민 청소년들은 책을 읽으면서 박탈감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홀든이 뉴욕 호텔에 머무르고 식당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다양하게 시킬 수 있는 것도 집안이 부유 했기 때문이다. 홀든이 스스로 돈을 벌어서 일탈을 했다면, 이정도까지 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펜시 고등학교에서 홀든과 그나마 관계가 좋았던 스펜서 선생님은 홀든이 떠나기전 만나자고 한다. 스펜서 선생님은 홀든에게 장래에 대해 걱정되지 않냐고 묻자, 홀든은 걱정은 되지만 심각한 건 아니라고 한다. 내가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 중에 금수저들이 있다. 금수저 학생이 학교생활을 불성실하게 하여 나도 스펜서 선생님 처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학생이 대답하길 “나중에 대학 졸업하면 부모님이 카페 차려주시기로 했어요.” 그 뒤론 학생에게 아무말 못했던 기억이 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부모님의 재력이면 해결 된다니 멋진 신세계이다. 

  우린 모두 청소년의 시기를 겪고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청소년 시기의 생각과 마음을 잊어버리고 산다. 그러고 자녀가 청소년기가 될 무렵에는 부모들은 방황하던 청소년기가 없었던 완벽한 어른인 채로 자녀와 갈등을 겪는다. 부모 시절에 비해 지금의 청소년들은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로움과는 반대로 정서적 풍요로움은 많이 줄어들었다. 암울한 미래로 인한 경쟁의 일상화는 청소년들에게 자유를 삭제했다. 자유를 박탈당한 청소년들은 사회와 이를 이루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모든 청소년들은 마음 한켠에 간직한다. 어른이 된 지금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우리도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린다. 어쩌면 이 기억이 우리가 마주하는 청소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