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한줄평
물리학자의 학문적 외도

책 정보
김상욱 저/ 바다출판사 /2023년

물리학자인 김상욱 교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책은 제목부터 따스하다. 하지만, 본업은 숨길 수 없다. 책을 펴면 그 때부터는 과학적 내용이 우리를 맞이한다. 책은 원자에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내용과 인문학적 내용을 적절히 곁들여가며 과학 교양서로써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리 내용이 생각보다 적어서 아쉬움이 남지만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지식이 필요하며 각 지식들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한지 느낄 수 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하면, 첫째로 ‘나를 질소라고 부를 것이다’ 챕터였다. 저자는 질소가 공기 중에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삼중결합을 하고 있어 생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고 고정 질소로 된 상태만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고정 질소가 포함된 새똥(구아노)를 구하기 위한 전쟁과 칠레 초석을 두고 초석 전쟁을 소개할 때에는 인문학과 과학의 관계를 느낄 수 있다.



구아노 사진(왼쪽)
칠레 초석(오른쪽)

3부에서 생명과학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저자가 들어가는 글에서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마음을 졸이면서 썼다고 밝힌다. 3부 내용 중에는 ‘분야의 선을 넘는 것은 때로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선 너머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다. 자신이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조심스런 태도로 선을 넘는 것은 때로 아주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말하며 글을 읽어보았을 때 저자가 이 부분에서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면서 느꼈을 즐거움이 상상된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전공 과목이라는 것이 생긴다. 전공 과목으로 직장을 구한 사람이라면, 분야의 선을 넘는 행동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는 많은 생각과 물음표가 달린다. 그렇기에 조심스런 태도로 선을 넘는 것이 중요하다. 물리학을 전공으로 직업을 가졌지만, 물리보다는 인문학이 재미있고, 3부의 내용을 읽으면서 생명의 섬세한 예술성에 빠져버렸다. 조심스럽게 학문적 외도를 저지르고 있는 중이다. 특히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줄이기 위한 메커니즘은 신비롭다는 것을 넘어 생명체의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이런 것이 신의 존재를 상상하게 만드는 추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큰 단락이 마무리 될 때 저자는 가벼운 단상을 적어 놓았다. 이 부분은 책의 또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제목부터 끌린다. ‘물리학자에게 신이란’, ‘물리학자에게 죽음이란’, ‘물리학자에게 사랑이란’.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는 시도는 어색하지만 낯설지는 않다. 물리학을 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기에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을 새로운 표현으로 한 것이다. 저자는 가벼운 단상이지만 마음 속에는 깊은 생각을 던져준다. 나는 신을, 죽음을,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최근 수능 일타 강사들을 보면 수업 내용을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 정리를 잘해준다. 필기 노트까지도 잘 정리해서 수업을 듣는 학생의 공부를 도와준다. 김상욱 교수도 나오는 글에서 총 정리를 잘해주었다. 이 책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나오는 글부터 읽고 첫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의 생각을 잘 드러내는 문장이 있다.

세상을 살면 살수록 다양한 상황을 접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새로운 답을 찾는 일이 반복된다. 어제까지 쓰던 정답은 오늘의 문제에서는 오답이며, 새로운 풀이과정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삶에서 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매달리긴 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인생의 다양한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야 말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행복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더욱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