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죄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
책 정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이규환 역/ 푸른숲주니어/ 2009년
우리는 스스로를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한 행동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며 모든 것은 대의를 위한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윤석열이다. 이러한 착각과 오만은 필연적으로 죄를 만든다. 한 사람이 모두의 생각을 반영할 수 없고 대의라는 것은 자신의 욕심으로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결국에는 죄를 짓는다. 죄를 지은 자는 모두 벌을 받을까?
‘죄와 벌’ 소설 속 라스콜리니코프는 20대의 대학생이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터라 휴학을 하고 있지만 늘 대의를 품고 사는 청년이다. 그런 청년에게 가난은 견디기 힘든 현실이였다.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며 몇 푼을 받아가지만, 주인공에게 전당포 노파는 사회를 좀먹는 이와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다. 하지만 그날 사건 현장에 노파의 동생이 뒤늦게 나타면서 뜻하지 않는 두번째 살인을 한다. 이후로 라스콜리니코프는 죄책감, 불안, 양심의 고통의 나날이 시작된다. 죄와 벌의 시작이다.
소설 속 라스콜리니코프는 비범한 사람은 타고난 천성으로 범죄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비범한 사람의 권리란 공식적인 권리가 아니라 자기 양심을 뛰어넘을 권리입니다. 그것도 그의 사상이 인류를 위한 신념으로 인정받을 때에 한해서죠.
리쿠르고스나 솔론, 마호메트, 나폴레옹 같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법을 만들고, 그 법으로 사회 질서를 파괴한 것만으로도 이미 범죄를 저질렀다고 할 수 있어요. 그들은 피를 흘려야 할 상황이 닥치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피를 쏟게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인류를 위한 개혁가나 위인들은 모두가 살인자입니다.’ -p.158-
세상에는 비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지 포르피리가 물어본다. 라스콜리니코프의 대답은 시간이 지나면 깨우치게 되거나 채찍질로 깨닫게 해주는 방법이 있다는 모호한 말로 대답한다.
비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까? 비범한 사람인지 일반적인 사람인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도 애매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자기합리화는 사람을 괴물로 만들 수도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도 스스로를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전당포 노파를 죽임으로써 사회적 대의를 실현하려고 했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라 악마가 죽인 것이라고 소냐에게 고백한다.


비범한 사람이 세상을 구원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영웅적 묘사는 오로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만 가능하다. 일상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소한 사람들이 세상을 만들어가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은 어떻게 벌을 받을까?
라스콜리니코프는 살인에 대한 죄를 자백을 하며 시베리아의 감옥에서 신체적 형벌을 기꺼이 받는다. 하지만 신체적 형벌은 그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지 못한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병을 앓기 시작했다. 그를 꺾어 버린 것은 고된 노동이나 박박 깎은 머리, 누더기 같은 옷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힘겨운 노동을 기꺼이 반겼다. 바퀴벌레가 뜨는 멀건 양배추 국물도 문제가 안 되었다. 발에 채워진 쇠고랑도 금세 익숙해졌다. 그가 부끄러워한 것은 오로지 상처 입은 자존심이었다.’ -p.306-
라스콜리니코프는 살인을 한 후에 죄책감, 불안으로 심리적인 형벌을 받는다. 그 결과 주변 인간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동생 두냐와 어머니의 관계를 끊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잘 챙겨주던 라주미힌에게 독설을 내뱉으며 라스콜리니코프를 지탱해주던 사람들을 밀쳐낸다. 시베리아 감옥에서도 주변 죄수들은 라스콜리니코프를 미워하고, 고독이라는 감옥에 갇혀 지낸다. 눈에 보이는 벌보다 보이지 않는 벌이 더 혹독하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처음에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소냐를 통해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으며 구원에 도달했다.
세상에는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과 돈에 가까운 사람들은 자신의 죄를 감추고,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며 인생을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도 양심에 의한 심리적 형벌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심리적 형벌은 소설 속 소냐와 같이 죄를 구원해 줄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끝이 없는 무기징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