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이의 과학사 강의

한줄평
우리가 과학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책

책 정보
정인경, 모든이의 과학사 강의, 여문책, 2020년

대학교에서 광학 수업을 들었다. 교수님께서 첫 시간에 과학사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슬람 국가에서 광학이 발달한 배경, 빛과 관련된 뉴턴의 실험, 빛이 이중성에 대한 논쟁으로부터 물질파까지 내용을 흥미롭게 소개하였다. 이때부터 과학사에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학사 강의 책을 한권 집어들었다.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 책은 서양과 동양, 과거에서 부터 현재까지 방대한 양의 과학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질문을 통해 내용을 풀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몇가지 질문 중에 인상이 깊었던 질문이 두개 있다. 첫번째로는 ‘세계 과학사에서 중세시대는 진정 암흑기였는가?’였다. 교과서 뿐만 아니라 과학 교양서를 읽어도 중세는 과학의 암흑기로 묘사된다. 이 때 과학은 종교의 시녀로써 종교의 진리를 입증하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그런데 ‘중세시대는 진정 암흑기였는가?’라는 의문은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책을 읽어볼수록 세상엔 당연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중세시대를 암흑기로 묘사하는 것은 우리가 암묵적으로 과학사의 중심지를 유럽으로만 한정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세시대에 유럽에서는 과학의 의미를 상실했지만, 유럽에서 이슬람 국가로 전해진 지식과 이슬람 문화 속에서 발단된 수학을 바탕으로 과학혁명이라고 불릴만한 과학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발달된 이슬람 과학을 유럽이 받아들이면서 빠르게 성장 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독자적으로 과학이 발달 되고 있었는데 종이, 인쇄술, 나침반, 화약과 같은 발명품이 개발되어 다른 나라들이 중국문명의 혜택을 입을 수 있었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두번째 인상 깊었었던 질문은 ‘무엇이 더 사악한가?’이다. 전쟁이 사람을 사악하게 만드는 건지 사악한 사람이 전쟁을 부추기는 건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악한 사람과 사악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자의 책임은 무엇인가? 최근에 이러한 과학자의 고뇌를 잘 표현한 영화가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오펜하이머, 2023년]

‘오펜하이머’이다. 간단한 영화 내용은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폭탄을 만들었고, 미국이 원자 폭탄 2기를 일본에 투하하면서 원자폭탄의 위험성을 전세계에 각인 시켰다. 이후 오펜하이머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며, 앞으로 생길 비극을 막기 위해 핵확산 방지에 힘을 쏟으며,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를 한다. 하지만 오펜하이머의 행동을 고깝게 보는 반대 세력에 의해 몰락의 길로 가게되는 내용이다.
 살상무기를 만든 과학자도 전쟁도 어느 무엇도 행복을 주지 못한다. 노벨과 오펜하이머가 그러했고, 이스라엘-가자지구에 일어나는 전쟁에서도 행복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여기서 과학자의 책임은 무엇인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 때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자 몇몇의 노력으로 현대 산업자본과 권력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라고 서술했다. 과학자 몇몇의 노력으로 안된다면 더 많은 과학자들이 모인 협회나 그룹이 나서야 한다. 과학과 기술에 제동을 걸고 고민과 검증을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건 같은 과학자들 만이 할 수 있다. 현재도 권력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과학을 수단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은 더욱 커져야 한다. 의사의 수술은 한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죽는데 영향을 끼친다면 과학자의 결과물을 한 국가의 모든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때 비인기 과목인 물리를 선택한 후, 지도 교수님께 “물리가 사회에서 중요한 과목으로 인정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교수님께서는 “비극적이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된다”라고 답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 감정이 아직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수님은 답은 오답이다. 우리사회에서 물리가 학문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모든 인류가 행복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물리가 선두에 나설 수 있는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주탐사나 지구온난화 해결과 같은 지금 당면한 인류의 문제를 해결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면 또 다시 물리의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