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과학에서 소설의 장르를 찾는다면 지금 바로 양자역학을 읽어보자
책 정보
김상욱 저, 사이언스북스, 2017년
어렸을 때 과학이 소설 같다면 재미도 있고 반전도 있어 더욱 재미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그러다 대학에 가서야 소설같은 과학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양자 역학’이다. 양자 역학이 재미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닫게 된다. 전공서적의 양자 역학은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김상욱의 양자공부’ 책 뒷부분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혀있다. ‘이제 양자 역학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조금 느낌이 오지 않는가? 여전히 잘 모르겠다면 안심하시라. 당신은 정상이다.’ 저자가 이렇게 적어둘 정도면 우린 이 책을 읽고 완벽히 이해를 하겠다는 마음을 접고 들어가야 끝까지 읽을 수 있다.
‘김상욱의 양자공부’는 크게 2파트로 나눠져 있다. 1부는 양자 역학 이론과 역사 위주로 설명이 되어 있고, 2부는 양자역학과 관련된 이슈별로 정리되어 있다. 1부는 양자 역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들이 등장한다. 물리학 2 교과서에서도 소개되는 물질의 이중성, 불확정성의 원리, 슈뢰딩거 방정식을 포함해서 설명한다. 여기서 개념들을 일일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양자 역학의 핵심은 확률이다. 우리는 관측하기 전까지는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확률적 분포만 가늠할 수 있다. 전자를 관측하여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 냈다면, 전자의 운동량(속도)는 알수 없게 되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일어난다.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양자 역학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멘붕을 선사한다. 기존의 고전 역학에 익숙했던 것들이 양자 역학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런 양자 역학 공부를 하다보면 나중에는 고전 역학이 잘못된 느낌마저 든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 주인공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못하는 상황과 비슷하다라고 할까.
양자 역학에서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지 못하는 것을 ‘불확정성의 원리’로 설명한다. 위치의 편차와 운동량의 편차의 곱이 플랑크 상수(h)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전 역학에서는 운동량과 위치를 둘 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건 플랑크 상수의 값이 워낙 작기 때문에 현실세계에서는 고려할 정도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제 복잡하고 어려운 물리내용은 뒤로 물리고 다시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책에서는 보어를 주축으로한 코펜하겐 학파와 아인슈타인을 주축으로 모인 연합군들의 대립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두 학파의 창과 방패의 싸움이 오히려 양자 역학을 완성에 가깝게 해준다.
‘과학의 역사는 분리된 지식을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 -p.49-
이건 헤겔의 변증법에 나온 ‘정반합’과 비슷하다. 기존의 이론과 반박이론이 충돌하게 되고 반박이론을 토대로 기존 이론이 확장되어 견고해진다. 물리를 하다보면 철학적인 부분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과학계 두 거장의 논쟁의 최종 승리자는 보어가 되었고, 그 뒤로 보어는 양자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다.
또한 책에서는 이 어려운 양자 역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재미있는 비유와 예시를 많이 들고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시 중심에 농구공만한 원자핵이 있고 도시 외곽에 전자 하나가 홀로 외로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 원자의 모습이다.’ 이 비유는 읽는 사람에게 원자의 크기에 대해 직관적인 이해를 도와준다.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했던 질문을 제시한다. ‘내가 달을 보기 전에는 여기저기 중첩 상태에 있다가 보는 순간 달이 그 위치에 있게 된다고? 그럼 내가 안 볼 때 달은 어디 있는거지? 위치가 없는 존재는 없으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네. 그렇다면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없는 것인가? 아니 내가 아니라도 내 친구가 보면 달이 존재하는 것인가?’ 이런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양자 역학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도 있고, 코펜하겐의 해석을 한번 더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아무리 아무리 쉽게 설명하고 다양한 예시와 쉬운 비유로 양자역학을 설명한다고 해도, 읽는 독자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양자역학에서 설명하는 대체할 수 없는 단어나 개념, 예를 들면 중첩, 얽힘, 비국소적, 상보성 등등 이런 것들은 전후 맥락을 통해서 이해하고 물리적 내용까지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결론은 양자 역학을 공부를 하고 나서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니면 과학에서 소설의 장르를 찾고 싶은 히치하이커들은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