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한줄평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것의 의미

책정보
루리 저/ 문학동네/ 2021년 02월

3월은 얼어붙은 땅에 풀들이 움을 틔우느라 바쁘다. 산수유의 노란 꽃이 봄이 왔음을 알리고, 목련의 겨울눈은 솜털이 털어버리고 꽃이 필 준비를 한다. 3월은 학교도 바쁘다. 3월부터 해야 할 것 들만 가득한 학교에서는 조용히 책 한 권 고를 여유도 없다. 그러다 얇고 쉬워보이는 아들의 책을 슬쩍 뽑아 읽어본다.

‘긴긴밤’ 은 코뿔소 노든이 겪은 이야기를 이름 없는 한 펭귄이 담담하게 전해준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코뿔소는 코끼리의 무리 속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자란다. 코뿔소 노든은 어느덧 코끼리 고아원을 떠나 넓은 초원으로 떠난다. 훌륭한 코끼리였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은 노든은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아내를 만나 야생에서 사는 방법도 배우고 아이도 낳고 행복한 생활을 누린다. 밀렵꾼들에게 아내와 아이를 잃은 노든은 남은 인생의 모두를 사람들에게 복수만을 위해서 살아간다. 동물원에 갇혔을 때도 사람들에게 대한 분노는 가라 앉지 않고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은 노든을 더욱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런 노든 옆에 앙가부라는 코뿔소 한 마리가 곁에 있어준다. 옆에서 이런 저런 말도 건네고, 노든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같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앙가부는 밀렵꾼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런 분노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쟁 중에 떨어진 폭탄으로 동물원은 쑥대밭이 된다. 이때 노든은 치쿠와 처음 만난다. 치쿠는 한쪽 눈이 잘 안 보이는 펭귄이지만, 윔보가 항상 곁에서 치쿠를 도와준다. 폭탄으로 인해 윔보는 담장 밑에 깔렸지만, 치쿠는 윔보와 돌보던 알을 지켜야 했기에 윔보를 뒤로 한 채 알을 가지고 동물원을 떠난다. 치쿠, 알, 노든은 동물원을 같이 나간다. 노든의 목적지는 없다. 하지만 치쿠를 바다에 데려다 주기 위해 걷고, 초원에서 펭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며 같이 알을 따뜻하게 품는다. 치쿠가 지쳐 쓰려져 죽고 난 다음에는 알에서 깨어난 펭귄을 바다에 데려다주기 위해 노든은 또 걷고 걸지만, 노쇠한 노든은 더 이상 같이 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아기 펭귄에게 따뜻한 말과 응원의 말을 하며 자신의 바다를 찾아 떠나라고 이야기 한다. 이름 없는 펭귄은 살기 위해 노든의 말을 지키기 위해 바다에 다다랐고, 노든은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치료를 받는다.

살다보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고, 그럴 때 꼭 필요한 사람이 옆에 등장한다.


와일드 로봇
2024.10.01 개봉
감독 크리스샌더스 /제작 드림웍스

영화 ‘와일드 로봇’은 긴긴밤의 서사와 비슷하다. 로봇 로즈는 어쩌다 엄마 기러기가 죽고, 혼자 남은 알을 품으며 태어난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보호자로 겨울이 오기 전에 브라이트빌이 혼자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성심껏 돌본다. 하지만 로봇이 기러기를 키우니 모든 것이 생소하고 쉽지 않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해낸다. 그 과정 속에서 브라이트빌만 자란 것이 아니라 로즈도 같이 자랐다. 로봇에서 어느덧 브라이트빌의 엄마이자 아빠로 변했다.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알고 보면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다른 이를 돕는 것에 머뭇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다보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아이들에게서 배울 때도 있다.

어린 아이들은 넘어지면 일단 엉엉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이렇게 울면 엄마가 와서 나를 살펴주고 토닥토닥 해주며 자신의 마음을 달래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힘들고 외로울 때 나를 이해해줄 사람을 찾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해주고 달래주는 것은 어려울 지라도 최소한 나의 두 아이들에게는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노든 옆에 앙가부와 치쿠가 있었던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