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굵직한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한 한 권의 책
책 정보
유시민 저, 돌베개, 2021년
유시민 작가가 28살때 쓴 책을 다시 전면 개정하여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출판했다. 다 읽고 나서 유시민 작가가 이 책을 썼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돌아 보았다. 내가 철없이 보낸 20대에 어떤 이들은 많은 고민을 했으며 답을 찾기 위해 굵직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끼며 지금이라도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총평이다. 이제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서평을 적어보자.
이 책의 첫 순서로 ‘드레퓌스 사건’을 소개한다. 역사책이니 사건이 발생한 시간 순서대로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연대별로 사건을 정리한 표도 빠질 수 없다.
여기에 조금 더 나아가 다양한 세계사들 중에서 ‘드레퓌스 사건’을 먼저 올린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의미 부여를 더 하고 싶다. 먼저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프랑스 정보부가 독일대사관에서 입수한 기밀문서를 조사한다. 드레퓌스 대위가 기밀정보를 빼어 독일에 넘겼다는 신문기사가 나오고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를 한다. 군사법원의 신속한 재판을 통해 드레퓌스 대위는 반역자로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이 사건을 보면 마치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언론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언론의 기능에는 정보전달, 여론형성, 의제설정, 환경감시, 오락제공이 있다. 여기서 여론형성 기능을 살펴보자. 언론이 ‘반역자 드레퓌스’라는 여론을 형성하면, 모든 언론은 밴드웨건 효과처럼 이미 형성된 여론이 진실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더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다. 진실을 취재한다고 하지만, 이미 형성된 여론과 부합하는 진실만을 추구한다. 행여나 여론과 반대되는 주장이 있다면 모든 언론들이 단체로 몰려가 저마다 우아한 논평이나 수려한 사설을 통해 묵사발을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일들이 ‘드레퓌스 사건’에 고스란히 나타나있다.
역사에서는 우리의 현재를 비추어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역사를 되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작가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여러군데 있다. 첫째로는 저자의 지식 스펙트럼이 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과학과의 접점이 많지는 않지만 ‘거꾸로 읽는 세계사’에서 ‘핵무기’ 파트에서는 어느 과학자 못지 않은 지식을 쉽게 서술했다. 륀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하고 핵분열을 통해 핵폭탄을 만드는 과정의 과학사 지식을 비과학 전공자들도 흐름에 따라 읽기 쉽게 끔 적었다. 또한 저자의 지식이 풍부하다는 것은 작가의 주장에 대한 근거나 예시를 다른 책 또는 연설문을 인용한 부분에서 알 수 있다. 글밥이 적은 나로써는 어떻게 주장과 맞는 인용문을 찾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정도다. 예를 들어 ‘맬컴 엑스’ 챕터에서 이런 글이 나온다.
‘백인이 우리더러 흑인지상주의를 가르친다고 비난한다 해서 자신들이 저질러온 백인지상주의 범죄를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략) 노예였던 우리 선조들이 이른바 ‘흑백통합’을 주장했다면 목이 잘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흑백분리’를 주장하자 증오를 가르치는 파시스트라고 비난한다. ‘
위와 같은 인용문 하나로 맬컴 엑스라는 인물의 철학과 주장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런 인용 하나로 뒤에서 나올 내용이 더 쉽게 읽혀진다.
두번째로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하게 된다. 유시민 작가의 전작 중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란 책이 있다. 여기에 잘 쓴 글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짧은 문장으로 적었다. 문장이 길면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헷갈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려운 주제일 수록 짧은 문장인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주장에 대한 근거를 항상 제시하고 있다. 적절한 통계자료를 가져오기도 하고 다른 작가의 주장을 덧붙여 근거를 뒷받침한다. 이런 글은 독자가 읽으면서 설득이 된다.
저자의 창의성이 문장으로 표현된 부분이 있다. ‘나치즘은 모든 ‘악의 연대’였다.’, ‘제 1차 세계 대전은 돈과 권력을 향한 탐욕이 과학 혁명의 날개를 달고 벌인 참극이었다.’라는 문장에서 간결하지만 저자의 창의적 표현이 크게 다가왔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논리적으로 쓰인 글은 머리로 이해하지만, 문학적인 글은 마음에 깊게 남는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제목이 왜 ‘거꾸로 읽는 세계사’인지 궁금해졌다. 그 이유는 책 서문에 나와 있었다. 초판에는 반대편으로 치우친 면이 있었는데, 개정판에서는 ‘거꾸로 읽는’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고 언급한다. 맥락속에서 파악하자면 세상을 보는 기존의 시각과는 다르게 읽으려는 태도를 말한 것 같다.
우리는 기울어진 세상과 편견속에서 살고 있다. 수평을 맞추려면, 반대쪽으로 강한 힘이 주어져야 수평을 이룰 수 있다. 그 힘이 일시적일지라도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과 수평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책에서도 나와 있는 맬컴 엑스이다. 또 다른 사람으로는 이 책의 저자인 ‘유시민’이다. 이런 사람들이 기울어진 세상을 흔들어 줄 때, 그들이 전하는 메세지를 듣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