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부조리한 사회를 바로잡는 방법
책 정보
유시민 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유시민 작가의 말과 글은 나에게 하나의 안경 같았다. 세상을 바라볼 때 초점이 안 맞아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이지 않을 때, 유시민 작가의 말과 글은 지금 중요한 것을 눈앞에 뚜렷하게 보였다. 서로 자신이 맞다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은 부정하며 각자 도생의 삶을 살아가는 현실에서 어떤 삶이 옳은 것인지 또 한번 흔들릴 때 유시민 작가를 찾는다. 마치 소설 ‘모순’의 주인공의 어머님이 큰 위기가 있을 때마다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었던 것처럼. 나도 유시민 책을 한 권 읽는다.
책은 총 14권의 책을 소개한다. 각각의 책으로부터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여기에 유시민 작가의 생각을 얹어 생각할 것들을 던져준다. 그 중 몇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점을 들어 나의 이야기를 얹어보려고 한다.
저자는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소제목을 달고 도스토옙스키 ‘죄와벌’을 소개한다.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려는 신념’을 실행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폭력과 범죄를 저지를” “완전한 권리를” 행사한 전체주의 체제가 있었다. (중략) 20세기 세계사는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32
평범한 일상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현실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무기력해질 때가 있다. 악성 민원으로 인해 자신의 일생이 무너져버린 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동안 나도 슬픔과 무기력감에 빠졌다. 나에게 부조리를 바꿀만한 힘도 없고 혜안이 있어 해결법을 제시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수그러드는 깜부기 불과 같이 만들었다. 범인(凡人)으로 살기에 감당해야 할 몫인가 싶어 현실을 외면하며 당면한 문제 해결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책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죄와 벌’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과 품격을 나타냈던 것들은, 12.3 계엄에서 시민들이 군인을 막아내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한 명의 범인(凡人)으로는 힘도 없고, 지혜도 부족할지라도 모여서 같이 이야기하면 세상을 바꿀만한 힘과 지혜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했다.
인상 깊었던 챕터는 베블런의 ‘유한 계급론’과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다.

좌: 소스타인 베블런
우: 헨리 조지

베블런은 경제용어에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높은데도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명품을 들 수 있다. 베블런은 사람들이 돈을 마주하는 태도를 분석했다.
‘베블런에 따르면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돈으로 다른 사람을 이기려고 하는 경쟁심 때문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해 소비함으로써 만족을 얻는 데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는 것이 돈을 버는 목적이다. 돈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p.231
베블런의 말은 뒤이어 나오는 헨리 조지의 챕터와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헨리 조지는 “사회가 눈부시게 진보하는데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보와 빈곤’에서 모든 진보의 성과가 불균형하게 분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토지를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고, 모든 성과는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 독식하기 때문에 여전히 빈곤한 사람이 생긴다고 말한다.
베블런과 헨리 조지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 버는 것에 집착하고 돈을 벌기위해 수단적으로 토지를 이용한다. 그 결과 돈이 스스로 불어나는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가난한 서민들은 가난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오래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나라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부의 분배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있긴하지만, 더 많은 부의 분배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돈이라는 재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발전하는 기술의 결과로 만들 기회, 사회가 만들어내는 무형의 것들 까지도 고려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