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브런치 먹다가 더욱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는 나를 보게된다.
책 정보
정시몬, 부키, 2014년
10.29 참사 1주기가 지났다. 희생자들의 억울함과 어떤이들의 무책임한 1년이 지나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도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지지부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두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는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애도나 추모의 표현조차 인색해보인다. 10.29 참사 유족들의 초청에 거절하고, 희생자의 유족도 없는 한적한 교회에 가서 10.29 참사에 대한 애도쇼를 보인 권력자는 치졸하다. 무엇이 그렇게 무서운가. 이런 사회에서는 우리는 용서를 할 수도 없다.
이런 현실을 목격하고 사는 아이들은 어른과 똑같이 행동한다. 학교에서 친구 두명이 서로 다투었다. 평소 감정이 안 좋은 상태였던터라 서로의 행동이 고깝게 보였고, 서로에게 못할 말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비난한다. 한 술 더 떠서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주변 친구들에게 상대방의 잘못을 소문을 낸다. 이런 상황을 목도할 때마다 어른으로 부끄럽다. 사회적 큰 일이 일어났을 때 책임을 져야하는 어느 누구가 진정성 있는 사과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우리는 사과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그러기에 우리는 용서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어른의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현실에 도피하여 학교를 떠나 혼자 있고 싶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가 앞선다. 이럴 때 찾게 되는 것이 철학책이다. 저자는 철학책을 펼쳐 보는 것은 가장 무용하면서도 가장 인간적 행위라고 했다. 그렇기에 나는 인간적으로 무용한 일을 이번에도 저질렀다. 이번에 읽은 책은 철학 브런치인데, 한 책에 여러 철학자의 사상을 원문과 함께 최대한 쉽게 모아두었다. 이 책을 펼칠 때 ‘사과’, ‘용서’에 대한 답이 있었으면 기대가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내용은 없었지만, 다른 철학적 내용은 또다른 의미를 제시한다.
책 제목에서 알다시피 브런치는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식사이다. 저자의 의도에 맞게 한 챕터에 있는 내용은 과하지 않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다만 든든한 한끼를 기대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허기를 다 채우진 못하고, 디저트 카페를 가게 될 듯하다. 철학의 내용이 짧은 지면에 간단하게 쓰려다보니 철학적 깊이가 부족하고, 개념에 대해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 철학자의 사상을 온전히 느끼긴 어렵다. 예를 들면 책에서는 카뮈에 대해 소개한 부분에서 ‘부조리’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다.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에 대해 간단한 언급을 하는데, ‘이렇게 인간이 겪어야 할 비극적, 숙명적 조건이 바로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부조리의 개념이 와닿지 않는다. 책 뒤에는 카뮈가 쓴 책들을 통해 부조리에 대해 현실적 상황을 제시하고 부조리에 대처하는 방안을 서술한다. 하지만 카뮈가 쓴 책의 일부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결국 브런치는 마중물 정도라고 생각하고, 깊은 맛과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카뮈의 ‘페스트’를 찾는 나를 보며 이것이 철학 브런치의 저자가 의도한 큰 그림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 브런치에는 많은 철학자들의 나온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칸트, 헤겔, 사르트르, 니체 등등 정말 한번쯤은 다 들어본 철학자들의 글이 나온다. 독자가 관심있는 철학자 위주로 찾아보는 것도 지치지 않는 독서방법이 될 듯하다.
여러 철학자 중에 기억에 남는 철학자는 앞에서 언급한 카뮈이다. 학교에서 서로에 대한 사과도 못하고 용서도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 답지 못한 어른이 많은 세상이 바로 부조리이지 않을까. 카뮈는 부조리한 세상이더라도 살 가치가 있다고 한다. 카뮈가 쓴 ‘페스트’에서 리외는 부조리한 세계가 던진 과제에 용기 있게 맞선다. 이것이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많은 시대, 나는 마주하는 학생들에게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 마치 언덕위로 돌을 계속해서 올리는 시지프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