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한줄평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에서 삶의 가치를 찾다

책 정보
알베르 까뮈 저/김화영 역, 민음사, 2011년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모순과 마주한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전공의의 진료 거부’ 사태만 보아도 그렇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의사가 될 때에는 환자를 첫째로 생각하겠다고 해놓곤, 지금은 환자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전공의들이 똘똘 뭉쳐서 진료 거부를 하고 있다. 논리적 이치에 어긋난 것들이 모순이 되고, 모순이 우리의 삶에 맞닥뜨릴 때 부조리로 다가온다. 이러한 부조리를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한다.
우리보다 먼저 부조리에 대해 깊이 통찰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알베르 카뮈이다.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에서 부조리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방인의 첫 시작은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인 뫼르소는 엄마의 장례식에 참가하면서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이 그냥 묵묵히 절차대로 임한다. 심지어는 입관 때에도 엄마의 마지막 모습도 보지 않는다. 카뮈는 뫼르소의 지금의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한다. 피곤하고 졸리니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뫼르소의 생각은 독자에게 뫼르소의 정신 질환을 의심케한다. 엄마의 장례식에 돌아온 뒤 마리라는 여자친구와 같이 데이트도 즐기는 모습에서 뫼르소에게 어떤 결핍을 느낄 수 있었다. 뫼르소는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친해진 레몽과 함께 해변가로 놀러가게 되고, 거기에서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레몽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랍인들과 한차례 싸움이 일어났고, 싸움이 끝난 뒤 뫼르소가 해변가 산책을 하기 위해 다시 같은 장소에 갔다. 이때 또 다시 아랍인들과 조우하고 뜨거운 햇빛속에서 뫼르소는 아랍인을 총으로 살해한다.

이 사건 이후로 뫼르소의 운명은 겉잡을 수 없이 타인들에게 흔들린다. 이 과정 속에서 뫼르소는 자신의 인생에서 ‘나’ 라는 존재의 소외를 느끼게 되고, 소외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빨리 끝나기를 조용히 목도하는 것이였다. 예심판사의 사전면담과 변호사의 접견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이러한 솔직함은 뫼르소의 죄를 줄여주기보다는 타인들에게 증오를 각인시킨다. 뫼르소는 배심원 재판을 받게 되고, 재판 결과 사형을 선고 받는다. 이 과정에서도 뫼르소는 재판장에 모인 사람들로 부터 소외를 느낀다. 사형을 집행하기 전에 부속 사제가 뫼르소의 방으로 들어오고, 죄를 늬우치고 하나님의 길로 돌아올 것을 피력한다. 사제가 뫼르소를 강하게 몰아 부칠수록 뫼르소는 부조리에 대한 통찰을 경험한다.

윗 글을 마지막으로 소설 ‘이방인’은 끝난다. 소설 이방인은 내용이 길진 않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다. 분량이 작고, 문장도 단문 위주라서 막힘없이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글을 읽을 때 또 하나의 재미는 글에 쓰여진 대조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설 속에서 여자친구인 마리가 뫼르소를 면회하러 왔을 때 같은 공간에 면회 하던 노파와 젊은이, 옆에 있던 사내와 아내를 번갈아 가면서 서술하여 양쪽 모두를 부각하는 방법이 소설 곳곳에 쓰인다.

‘이방인’에서 주인공이 마주한 부조리는 나의 삶에서 자신의 존재가 소외 당하는 것이다.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솔직함이라는 무기가 필요하다. 뫼르소는 이 솔직함으로 인해 타인들에게 오해를 받지만, 솔직함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직함으로써 죽음을 뛰어 넘을 수 있었다. 뫼르소는 통찰의 결과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고난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리는 선택임을 깨달아야만 더 나은 선택을 내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여는것, 이것은 뫼르소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인정이다. 인정함으로써 더 이상 뫼르소는 주변으로부터 소외되지 않을 수 있었다. 마지막 문장인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 뿐이었다.’는 더 이상은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소외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더 나아가 세상의 비난과 증오에도 반항할 수 있는 확신을 표현한 것이다. 카뮈가 부조리에 대응하는 방법을 마지막에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본다.
지금 나와 마주한 부조리가 나의 선택이 아니라도 우리의 선택 이였을 순 있다. 예를 들면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이다. 나의 선택은 아니지만 우리의 선택이였기에 과거에 본적이 없는 부조리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부조리에 우리는 뫼르소 처럼 솔직함이라는 무기를 왼손에 쥐고, 오른손에는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한 의지를 들어야 한다. 정권에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눈치 보지 말고 할 말은 할 수 있는 솔직함과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깨어있는 사람들의 연대가 부조리를 타파 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