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무기력한 지식인의 각성이 필요할 때
책 정보
조지 오웰 저/도정일 역/ 민음사/ 2001년
동물농장은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에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동물농장에서 본듯한 상황을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많은 것을 독점하려고 하고 힘없는 자들은 희생을 강요당한다. 권력에 아부하는 자들이 승승장구하는 현실을 보면 인생의 헛헛함이 감돈다. 시대와 배경을 넘어 현재에도 경종을 울리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은 아직까지도 명작이다.
동물농장에서 나오는 동물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는 동물이 있다. 바로 늙은 당나귀 벤저민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냉소적이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독재자의 편에 서있는 것도 아니다. 벤저민은 왜 그런 회색빛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벤저민은 비판을 포기하고 현실 도피를 하는 나약한 지식인을 상징한다. 아마 처음에는 지식인들은 잘못을 고치려고 많은 시도를 했을 것이다. 저항도 하고 사람들을 설득해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무기력하게 현실 도피를 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동물농장에서 벤저민이 다른 행동을 했다면 죄 없는 동물들이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무기력한 지식인들이 변화하기 방법이 무엇일까.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소설 ‘날개’에서 아내가 주는 밥과 돈으로 무기력하게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 가 있다. 날개의 주인공 ‘나’는 아내가 정해준 규칙을 깨고 외출을 한다. 그리고 소설 마지막에서 ‘나’는 무기력함을 깨고 날개를 펴려고 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현실 도피를 하며 주어진 삶에 순응한 지식인은 외출을 계기로 각성하게된다.
동물농장의 벤저민에게도 소설 ‘날개’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혼자서는 계기를 만들수는 없다. 그렇기에 모여야한다. 2024년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된 그날처럼. 동물농장에서 벤저민 말고도 다른 당나귀가 여럿이 있었다면, 당나귀가 아닌 다른 어떤 동물이라도 잘못된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동물들이 모였다면 이야기는 해피엔딩일 수 있었다.
‘ 약자는 권력보다는 진실의 편에 서고자 하기 때문에 궁지로 몰리는 약자이다.’ -p.158-
진실의 편에 같이 서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약자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