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이상’을 선택한 사람
책 정보
윌리엄 서머싯 몸 저/ 송무 옮김, 민음사, 2000년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삶이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상과 현실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정해진 결과는 없다. 다만 선택에 따라 우리가 믿고 싶은 미래만 있을 뿐이다.
이상을 선택했을 때에는 일은 힘들지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선택할 때에는 인생이 무료하지만, 안정적이라는 큰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고등학교를 갈 때, 대학교를 갈 때, 직업을 선택할 때, 심지어 이성을 만날 때에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 나 또한 이상과 현실을 고민했었고, 주로 현실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을 선택 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항상 다른 삶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 극단적인 이상을 선택한 한 남자가 있다.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달과 6펜스’에는 내가 망설였던 이상을 선택한 이야기가 있다.
책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평범한 한 남자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금의 모든것을 포기한다. 직장, 가족, 친구도 떠나 아무도 없는 곳인 파리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이상을 선택했던 스트릭랜드는 처절한 현실과 타인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마저 무안하게 만들정도로 대담하게 생활하며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그림을 그린다. 파리를 떠나 타히티에 정착하여 주인공이 생각했던 이상에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 한센병에 걸렸지만, 작품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을 감상하며 생을 마감한다.
‘달과 6펜스’의 저자 서머싯 몸은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책을 집필했다.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는 방법이 있다. 책에 나오는 스트릭랜드와 고갱의 삶을 비교하며, 고갱의 작품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갱의 일화를 찾아보면, 스트릭랜드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책 뒤쪽에 실린 작품해설에는 책의 제목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서머싯 몸의 이전 작품인 ‘인간의 굴레에서’에서 나오는 주인공 필립 케리가 “달을 동경하기에 바빠 발밑에 떨어진 6펜스도 보지 못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더 타임스지 논평에 저자는 마음이 상했다고 한다. 맥락적으로 파악할 때 ‘달’은 이상을 뜻하고 ‘6펜스’는 물질세계에 만족하는 현실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스트릭랜드는 달을 쳐다보며 인생을 산다. 저자는 이상을 쫓았던 스트릭랜드의 삶이 옳은지 틀린지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스트릭랜드의 명성을 과시하는 전부인, 적당히 잘 팔리는 그림만 그리는 스트로브, 순간의 사랑에 빠져 중요한 것을 놓친 블란치, 1인자의 갑작스런 부재로 2인자였던 알렉이 명성과 부를 얻게 된 내용을 보여줌으로써 이상과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헤겔은 ‘꿈’을 저너머에 있는 이상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트릭랜드처럼 이상을 선택해서 사는 것도, 헤겔이 말한 것 처럼 이상을 보지만 현실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상을 선택할 때도, 현실을 선택해야 할 때도 필요하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결혼을 한 것은 이상을 선택한 것 이였다. 아직 준비가 많이 안되어 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행복하게 해줄 자신도 있었다. 그렇기에 결혼을 했지만, 결혼한 후에는 다가오는 현실에 휘둘릴 때도 많았다. 그때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이상이 가지고 있는 그 행복감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힘든 현실을 견디게 해주었다. 지금도 와이프가 우스갯소리로 “준비도 없이 왜 결혼했어?”라고 뭐라고 하지만, ‘이상을 쫓는 사람이 준비된 경우가 있겠니?’라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한마디 한다. 우리는 이상을 선택할 때 준비된 경우는 없다. 그렇지만 이상을 선택했을 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각오만 있다면 한번 정도는 이상적인 삶을 선택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